안녕하세요! 공립 초등학교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발도르프 교육의 온기를 나누고 있는 2학년 담임교사입니다. 매주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내면을 채워주는 다양한 수업을 시도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저희 반 17명의 아이들(특수아동 1명 포함)과 함께 진행한 '우화 들려주기'와 이와 연계한 '천연 밀랍 노작 수업' 이야기를 기록해 보려고 합니다. 교실 안에서 아이들이 손과 마음으로 자연을 만난 생생한 현장 속으로 안내합니다.
■ 발도르프 우화 들려주기: '포도나무와 사슴'이 아이들에게 주는 울림
발도르프 교육과정에서 초등 2학년 시기에는 '우화(Fable)'를 많이 활용합니다. 우화 속에 등장하는 동물들의 어리석거나 지혜로운 행동을 통해, 아이들은 도덕적인 가치관을 강요받지 않고 스스로 내면화하는 힘을 기르게 됩니다.
이번 주에 아이들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이솝 우화로도 잘 알려진 <포도나무와 사슴> 이야기였습니다. 사냥꾼을 피해 포도나무 잎사귀 뒤에 숨어 목숨을 구한 사슴이, 위기가 지나가자 자신을 숨겨준 포도나무 잎을 뜯어 먹다 결국 사냥꾼에게 들키고 만다는 이야기입니다.

도덕책을 펴고 "은혜를 원수로 갚으면 안 됩니다"라고 가르치는 대신, 잔잔하고 생생한 어조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숨을 죽이고 이야기에 몰입하던 17명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빛 속에서, 사슴의 어리석음에 안타까워하고 자연의 고마움을 본능적으로 느끼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 손의 온기로 생명을 불어넣는 '천연 밀랍(Wax) 사슴 만들기'
이야기가 끝난 후, 아이들이 마음속에 품은 사슴의 이미지를 손으로 직접 표현해 보는 노작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일반 화학 고무찰흙이나 플라스틱 클레이 대신, 꿀벌이 만들어낸 천연 재료인 '밀랍(보석 밀랍블록)'을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발도르프 미술에서 밀랍을 사용하는 이유는 고유의 차별화된 교육적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 의지와 인내심 기르기: 밀랍은 처음 만졌을 때 아주 딱딱합니다. 아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조물조물 만지고, 손의 온기를 불어넣어 주어야만 부드러워져 형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은근한 인내심과 의지력을 기르게 됩니다.
- 감각의 정화: 손끝으로 전해지는 따뜻한 온기와 은은하게 퍼지는 천연 꿀 향은 아이들의 정서를 편안하게 이완시켜 줍니다.


딱딱했던 밀랍이 부드러워지자, 아이들은 저마다 이야기 속 사슴을 빚어내기 시작했습니다. 다리가 긴 사슴, 뿔이 멋진 사슴 등 17명의 손끝에서 저마다 다른 사슴들이 태어났습니다. 정형화된 정답이 없는 밀랍 수업이기에, 저희 반 특수학급 친구도 손에 잔뜩 온기를 담아 자신만의 멋진 사슴을 완성해 내며 성취감을 맛보았습니다.
■ 배움이 삶이 되는 발도르프 연계 교육
우화를 귀로 듣고, 밀랍을 손으로 만지며 머리와 가슴, 손이 하나가 되는 삼육(Head, Heart, Hand) 교육을 교실 현장에서 실천한 하루였습니다. 아이들은 단순히 '사슴 모형'을 만든 것이 아니라, 포도나무의 은혜와 사슴의 생명력을 손끝으로 직접 느껴본 것입니다.
공립 초등학교라는 환경 속에서 제한된 시간 안에 이러한 발도르프식 예술 수업을 접목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완성된 밀랍 사슴을 소중하게 보듬는 아이들의 행복한 미소를 볼 때면 현직 교사로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가정에서도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천연 밀랍을 활용해 이야기 나누기 노작을 해보시는 것을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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